논쟁에서 이기는 말의 기술

 

논쟁에서 이기는 말의 기술

 

 

주먹다짐이든 말싸움이든 요령과 기술을 터득할 때다. 화내지 않고 논쟁에서 승리하는 법.

 

Tip. 일단 웃겨라

 

유머는 분명 유용한 무기다. 의미심장하고 심심한 이야기 길게 늘어놔봤자 열에 여덟은 소 귀에 경 읽기다. 학교 교장 선생님의 훈화, 회사 상사의 설교, 뭐 이런 걸 돌이켜보면 빤하지 않나. 심지어 유럽에서 말솜씨로 먹고사는 남자 로먼 브라운은 "진지하게 몰락하거나 웃으면서 승리한다"라고까지 했다. 유머는 일단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고, 화자에서 호감을 갖게 한다. 다소 거칠소 직설적인 내용의 말도 어느 정도 둥글게 반죽해준다는 얘기다. 하지만 웃기는 게 어디 쉽나, 코미디언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내가 웃자. 웃기는 데 젬병이라면 마음껏 웃어주는 것도 방법이다. 적당한 리액션과 박장대소는 듣는 이의 필수 조건이다. 웃음 팔아 남 주는 게 아니다. 이렇게 열심히 웃어주는 사람말을 가볍게 무시할 사람은 별로 없다.

 

 

Tip. 소식에 능하라

말주변은 천성이다. TV에서 본 배꼽을 잡는 이야기도 왠지 내가 하면 김이 빠질 때가 있다. 의욕은 넘치는데 결과는 헛바람이다. 웃기는 재주 없이 대화를 주도하고 싶을 땐 각종 소식에 귀를 기울여보자. 연예 가십부터 정치,사회,문화계 이슈, 그리고 친구의 다반사와 친구의 친구 연애사까지, 두루두루 주변머리를 굴리면 대화에 뒤처지는 일이 없다. 인용이 풍부하면 설득력도 절로 생기고, 잡학다식 이미지로 호감도도 올라간다. 듣는 자리에만 머무르던 사람이라면 신세계의 문이 열린 듯할 것이다. , 모든 걸 다 뱉어내선 곤란하다. 귀를 막고 자기 말만 쏟아내면 B급 호러 영화에 등장하는 왕따가 될 위험이 다분하다. 총알이 충분히 장전하되 디오니소스의 명언을 기억하자. "침묵보다 더 가치 있을 때만 말하라."

 

Tip. 4하원칙, 3단논법을 기억하라

말 못하는 사람들의 주요 증상 중 하나는 삼천포다. 옆으로만 늘어나는 이야기에 대화든, 토론이든, 수다든 오리무중 함흥차사다. 이럴 때는 역시 기본이 중요하다. 4하원칙과 3단논법을 기억하자. 6하원칙까지도 필요없다.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이면 이야기는 굴러간다. 왜와 어떻게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욕심 많은 수다쟁이들을 우리는 숱하게 보지 않았나. 여기에 3단논법까지 활용하면 상대의 마음을 살 수도 있다. 스티브 잡스의 감동 만점이었던 스탠포드대학교 졸업 연설도 3단 논법의 미학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만든 그 논법의 기초 말이다. 가령 '개들은 먹는 걸 좋아한다.''우리집 뽀삐는 개다''뽀삐는 먹는 걸 좋아한다.'와 같은 예다. 이 얼마나 쉬운가 고집불통 영감도 구워삶을 세 문장이다.

 

Tip. 질문을 질문하라

청산유수 달변가도 말문이 막힐 때가 있다. 예상치 못한 질문, 의외의 반격은 잘 뱉어온 말들도 단숨에 무너뜨린다. 하지만 그 곤란한 질문을 역이용하면 오히려 상대를 곤란케 할 수 있다. 방어와 공격, 그리고 분위기 전환, 일석삼조의 기술이다. 정답이 꼭 그럴싸한 답변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질문을 되물으며 생각할 시간을 마련하고, 질문을 반박하며 이야기의 흐름을 바꾸는 꼼수가 때로는 필요한 법이다.

 

Tip. 주장과 공감의 밸런스를 맞춰라

가벼운 수다든, 격한 토론이든 공격이나 방어만 할 수는 없다. 말주변에도 당근과 채찍의 기술이 유효하다. 하지만 이 둘을 골고루 활용하기가 쉽지는 않다. 작년 대선의 후보였던 이정희의 화술을 떠올려보자. 그녀는 "최저임금이 얼마인지 알고 계십니까?""확인해보셨습니까?""내년엔 얼마입니까?"라고 재차 물으며 상대를 몰아갔다. 날카로운 공격 같지만 사실 이런 유형의 공격자는 꽤 많다. 특히나 술 한잔 들어가면 누구라도 독설의 달변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중요한 건 주장과 공감의 조화다.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리듬을 맞추기 위해 한발 물러나는 미덕이 중요하다. 대화는 말하고 듣는 걸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상대가 관찰하고 분위기를 함께 공유할 때 비로소 소통의 문이 열린다.

 

Tip. 배짱과 자신감을 갖춰라

소심한 사람들의 고충은 말로 다 하지 못해 슬프다는 거다. 번뜩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갈고닦은 유머가 한 웅큼이어도 쑥스러움이 비집고 들어와 길을 막는다. 지름길은 없다. 그 쑥스러움을 타고 넘어야 한다. 영국의 왕 조지 6세를 기억해보자. 톰 후퍼가 그린 영화 '킹스 스피치'에서 그는 트라우마였던 어린 시절의 상처를 토해내고야 말문을 열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흡연자라면 담배를 피우면서, 비흡연자라면 커피나 차를 마시며 마음을 정리해보자. 주의를 산만하게 흐트러뜨리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세기의 달변가

 

패트릭 헨리
미국 독립을 일궈낸 연설의 주인공이다. 변호사이자 버지니아 식민지 의회 의원으로 활동했던 패트릭 헨리는 1775년 4월 23일 버지니아 식민지 의회에서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라 외치며 영국의 압제 정치를 폭로했다. 당시 웅변가로 명성이 높았던 그의 말은 변호사답게 논리 정연하면서도 전투적인 단어 사용에 망설임이 없었다.

 

아돌프 히틀러
60만 명의 유태인을 사지로 내몬 장본인이지만 히틀러의 연설은 사실 끝내줬다. 쉬운 단어, 쉬운 문자를 드라마틱한 박자에 얹어 대중을 휘어잡았다. 강렬하고 웅장한 손짓, 발성, 목소리는 지금도 명연설 기술로 꼽히는 한 수다. 오스트리아 출신 남자가 일개 군소 정당에 들어가 유럽 전체를 지휘할 수 있었던 데에는 그의 화술의 덕이 컸다.

 

도리스 컨스 굿원
글 잘 쓰는 사람들은 말을 잘 못하는 경우가 많다. 유명한 시인이나 작가들은 대부분 어눌한 말투를 구사한다. 하지만 도리스 컨스 굿원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케이스다. 미국의 역사학자인 그녀는 정직하고 점잖은, 하지만 끝내 감동과 가르침을 주는 연설로 유명하다. 간결하지만 정제된 문장을 마치 탑을 쌓듯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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