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간적인 영업 문화로 이룩한 웰스파고의 눈부신 성공

비인간적인 영업 문화로 이룩한 웰스파고의 눈부신 성공

 

NPR의 팟캐스트 <플래닛 머니>가 최근 유령 계좌 스캔들이 불거진 웰스파고 문제를 다뤘습니다. 미국 금융감독 당국은 앞서 2백만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유령 계좌를 고객의 동의 없이 연 혐의로 웰스파고에 1 85백만 달러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는 하루하루 정해진 계좌 개설 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패배자로 낙인찍히는 비인간적인 영업 문화에 내던져진 웰스파고 노동자들입니다. 웰스파고의 CEO가 의회 청문회에서 그렇게 강제로 직원들에게 영업을 할당해서 시키지 않는다, 경영진은 전혀 모르는 이야기라고 증언하는 것을 보고 웰스파고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은 코웃음을 쳤습니다. 팟캐스트의 내용을 줄글로 요약해 소개합니다.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은행 웰스파고(Wells Fargo)는 최근 고객의 동의 없이 유령 계좌를 2백만 개나 몰래 열어 관리한 사실이 밝혀져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당좌 예금 계좌(checking account), 보통 예금 계좌(savings account)는 물론이고 신용카드, 대출 계좌 등 온갖 계좌가 고객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개설됐습니다.

 

웰스파고는 막대한 과징금을 내게 됐고, 잘못을 저지른 일선 영업직원들을 해고했습니다. 하지만 상원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은 웰스파고 CEO인 존 스텀프(John Stumpf)를 불러 이런 해고가 경영진의꼬리 자르기아니냐며 매섭게 몰아붙였습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이런 어마어마한 스캔들이 터졌는데도 당신은 사퇴하지도, 당신이 번 돈 가운데는 단 한 푼도 손해를 보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당신이 책임을 진다며 취한 조치라고는 하급 직원들에게 모든 잘못을 뒤집어씌운 것이죠. 이들은 당신들 경영진처럼 훌륭한 홍보대행사를 고용해 상황을 무마하는 건 꿈도 못 꿀 이들이에요. 비겁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스텀프는 워런 의원의 말을 차분히 듣고 있다가 발언권이 주어지자 태연하게 준비한 말을 이어갔습니다. 몇몇 기준에 미달하는 직원들이 빚은 실수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지만, 이제 문제 직원들을 솎아냈고, 다 괜찮아졌다며 마지막에 단호하게 경영진은 책임이 없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존 스텀프 (웰스파고 CEO): 경영진은 단 한 번도 고객이 원치 않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가입하라는 지시를 내린 적이 없습니다. 우리 직원들이 그렇게 했으면 하고 바라지도 않았고요.

 

애슐리는 웰스파고에서 5년간 일하다가 해고된문제의 전 직원입니다. 워런 의원의 말대로 홍보대행사를 고용할 여력은 당연히 없죠. 전 직장 상사라 할 수 있는 존 스텀프의 증언을 소개하는 뉴스를 보고 애슐리는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건가요 저 분은. 영업직 사원이 원래 그렇다고 조직적으로 교육하고 또 교육하고 압박한 게 누군데정말 어이가 없네요.”

 

애슐리는 NPR에 자신이 겪은 일을 낱낱이 털어놓기로 했습니다.

 

애슐리는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웰스파고 은행 본사 건물에서 일했습니다. NPR이 만난 전 직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젊은 사원들을 대거 뽑아 끝없이 영업을 뛰게 압박을 가하고 또 가한 뒤 마지막엔 감탄고토하는 바로 그 은행 본사 건물로, 젊은이들이 몸 버리고 마음 다쳐가며 일하는 그 몇 층 위에서 CEO를 비롯한 경영진이 있는 그 건물이기도 합니다.

 

23, 아직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 웰스파고에 첫 출근하던 날을 애슐리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개인 자산 관리사(personal banker).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멋진 직업의 첫 걸음을 내딛는 날인 만큼, 애슐리는 최대한 옷을 차려 입었습니다.

 

“뾰족구두를 신고 머리도 최대한 단정하게 다듬고 머리핀을 꽂았죠.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다 아는 대형은행에서 일하게 되다니, 정말 세상에 못 할 일이 없을 것 같았어요.”

 

2007년의 일이었습니다. 다른 은행들은 대개 금융위기의 격랑에 휩쓸려 여기저기 적신호가 켜지던 때지만, 웰스파고는 달랐습니다. 여전히 성장세가 꺾일 줄 몰랐습니다. 서민의 은행, 국민의 은행임을 자처하는 웰스파고의 성장 전략은 간단합니다.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해 더 많은 예금을 확보하는 것, 그러려면 전략적으로 꼭 필요한 것이 고객과 얼굴을 맞대고 일하는 영업직 사원이었습니다. 애슐리 같은 젊은이들에게 주어진 일이 바로 그 일이었습니다.

 

“손님이 지점에 방문하면 최대한 반가운 표정과 밝은 목소리로 어서오세요, 저희 지점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사를 드리고 무엇을 도와드릴지 여쭙죠. 손님이 계좌를 열려고 하신다고 하면 절차에 따라 진행해 드리겠다며 안내를 이어갑니다.”

 

1800년대부터 미국인과 함께해 온 국민의 은행, 서민의 은행이라는 점을 열심히 설명하다 보면 고객의 마음을 사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웰스파고에는 애슐리 같은 젊은 영업직원들이 많았는데, 에릭도 NPR의 인터뷰에 응한 이들 가운데 한 명입니다. 애슐리와 마찬가지로 성은 숨기고 이름만 공개하겠다고 한 에릭은 계좌를 열고 더 많은 상품을 파는 데 이런 명성, 평판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고객들은 안전한 곳에 돈을 맡기려 하잖아요. 여기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곳에 자기 돈을 맡길 고객은 없을 테니까요.”

 

요즘 어느 은행에 가든 이런 저런 상품이나 서비스에 가입하라는 권유를 받습니다. 일종의 끼워팔기 전략을 쓰지 않는 은행은 거의 없습니다. 계좌만 열려고 온 손님에게 여는 김에 신용카드도 하나 만드시라고 소개하는 식이죠. 애슐리와 에릭은 웰스파고의 경우 이 끼워팔기가 한마디로 선을 넘었다고 증언합니다. 더 많은 계좌, 새 신용카드, 가족 계좌까지 새로 열라는 광고까지 끝이 없다는 겁니다. 웰스파고의 기본 전략이 그렇기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해 더 많은 계좌를 열수록 은행의 성공적인 경영이 가능하다는 논리죠.

 

“여덟 개면 성공(eight is great)”

 

존 스텀프가 CEO로서 내세운 구호입니다. 고객 한 명이 여러 계좌, 신용카드를 비롯해 웰스파고의 서비스 여덟 가지를 이용하도록 영업하는 게 최상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구호입니다. 여덟 개를 다 열지 않은 고객은 여전히 더 팔 것이 남아있는 대상으로 분류됩니다.

 

여덟 개면 성공이란 구호는 달리 해석되기도 합니다. 애슐리 같은 영업사원이 매일 열어야 하는 최소 계좌 수, 다시 말해 하루에 팔아야 하는 영업 할당량이 또한 여덟 개였습니다. 그냥 여덟 개를 목표로 열심히 일하고 안 되면 내일 더 잘 하자는 다짐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종일 매니저들의 감시와 독촉 아래 하루를 마감하기 위해 반드시 채워놓아야만 하는 주어진 할당량이 여덟 개였습니다.

 

“오늘 어떻게 여덟 개를 채울지 그 생각밖에 없었죠. 오전에 실적이 별로 좋지 않으면 당장 12시쯤 매니저들이 채근하기 시작해요. 보통 하루에 백 통씩 전화를 돌렸죠. 하루 종일 전화만 붙잡고 있었어요. 전화하고, 다시 하고 다른 데 또 하고.”

 

올해 1월 웰스파고는 “1월의 질주(jump into January)”라는 슬로건을 새로 내걸고 8개를 20개로 과감히 늘렸습니다. 가족, 친구는 물론이고 사돈에 팔촌, 스쳐지나간 지인까지 어떻게든 전화를 걸고 연락을 취해 말을 꺼내야 했습니다.

 

“전화를 걸어서는 말그대로 애원을 했죠. 제발 나 좀 봐주라. 지금 계좌 못 열면 나 야근 해야 돼. 토요일에도 일해서 이거 채워야 한단 말이야. 제발.”

 

NPR과 만난 금융업 관계자들은 웰스파고가 특히 젊은 영업사원을 모집해 그들의 인맥을 총동원해 영업을 하게 닥달하고, 더 이상 한 사람의 인맥 안에서 서비스를 팔 잠재적 고객이 없어지면 그때는 알아서 일을 그만두게 만드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토사구팽이고 감탄고토인 겁니다.

 

이 할당량이 얼마나 엄격하게 지켜졌는지 단적으로 드러나는 사례 하나를 애슐리가 이야기해줬습니다. 애슐리가 샌프란시스코 본사에서 멀지 않은 지점에서 일하던 어느 날, 은행 강도가 습격했습니다.

 

“일하던 중 갑자기 일어난 일이니 상황을 다 볼 수밖에 없잖아요.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어요. 강도가 카운터로 뛰어올라와 모두 꼼짝말라며 소리를 지르고, 다행히 경찰이 당장 출동해 강도를 검거하고 상황을 수습했죠. 그런데 경찰에 붙잡힌 강도는 흥분했는지 당황했는지 바지에 그만 똥을 싸더라고요. 그러더니 갑자기 심장마비가 온 것처럼 졸도한 척을 했죠. 어쨌든 지점은 정상 영업을 할 수 없었죠. 사건 현장이니 일반인의 출입은 당연히 금지됐고요.”

 

그런데, 지점은 문을 닫아도 애슐리는 계속 하던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계속 전화 돌려. 돈 벌어오란 말이야. (Dial for dollars) 이런 말과 함께 책상을 꼼짝않고 지키라고 했어요. 이런 일 났다고 일찍 퇴근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면서요. 경찰 수백 명이 사무실에 득실거리면서 상황을 보고하고 정리하고 있는데 어떻게 전화를 돌려서 고객에게 계좌를 열라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랬습니다. 사실 범인의 똥 냄새 때문에 불쾌하기도 했고요.”

 

그러나 사실 애슐리나 동료 직원들은 자리를 지키며 계속 영업하라는 상사의 지시가 놀랍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어차피 자신들은 끝없이 전화 돌려서 돈 벌어오는 기계 취급을 받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죠.

 

이렇게 젊은, 어린 영업사원들을 닦달해 매출을 올리고 사세를 확장하는 전략은 성공적이었습니다. 2009, 대부분 은행과 금융 회사들이 여전히 위기에서 허덕이고 있을 때 웰스파고는 사상 가장 높은 이익이 났다고 발표합니다. 영업사원들이 실제로 엄청나게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판 거죠.

 

애슐리는 할당량을 채우는 데 예외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은행에 강도가 들어도 하던 일을 계속하라고 했을 정도니, 몸이 좀 아픈 건 명함도 못 내미는 상황이었죠. 애슐리의 실적이 안 좋은 날에는 어김없이 매니저 두 명이 애슐리의 책상으로 왔습니다.

 

“저를 데리고 뒷방 회의실 같은 곳으로 갑니다. 거기까지 가려면 정신없이 전화를 돌리고 있는 제 동료들을 지나쳐야 하고요. 학교 다닐 때 뭐 잘못 했을 때 교무실 불려가는 그런 느낌으로 쭈뼛쭈뼛 따라가는 저를 동료들이 힐끔힐끔 쳐다봅니다. 어쨌든 그 회의실은 창문도 없는 답답한 공간이에요. 그 방 문을 잠그고는 제게 지침대로 구두 경고를 전달합니다. 애슐리 씨, 아시겠지만 절차에 따라 경고를 전달하는 바요, 여기에 서명하세요,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당신은 해고됩니다. 그리고 그 기록은 영원히 남을 거요, 이렇게 말해요. 정말 무서운 게 그 경고가 진짜처럼 들리거든요. 여기서 제대로 못하면 어차피 다른 데서도 너를 찾는 사람 없을 거다. 우리가 그 사실을 낱낱이 기록해둘 테니까, 이런 경고에요.”

 

여기서 잘못 보이면 금융계에서는 다시 발을 못 붙이게 한다는 경고였습니다. 그런 경고를 듣고 자리로 돌아온 어느 날 애슐리는 몸에 문제가 생긴 걸 발견합니다. 구역질이 나서 책상 밑에 들어가 토하고 말았죠.

 

스트레스에 건강을 해치고 일터에서 너무 힘들어서 눈물을 흘리는 등등의 이야기는 애슐리뿐 아니라 다른 영업사원 네 명에게서도 공통적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이들이 힘들게 일하는 대가로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들의 연봉은 35천 달러 수준이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첫 직장이라는 점을 어떤 의미에서는 악용해 적은 돈을 주고 무리하게 일을 시키는 셈입니다.

 

목표라는 것이 도저히 달성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데, 압박은 계속되다 보니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영업사원들은 일종의 편법을 고안해 내기에 이릅니다. 일종의 속임수라면 속임수인데, 바로 이번에 터진 웰스파고 스캔들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유령 계좌를 만들어내는 겁니다. 2008년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된 모기지 사태 때도 비슷했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할당량을 채워야 한다는 압박이 부실 대출을 낳았죠.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직원들은 숫자를 조작하기 시작했습니다.

 

숫자를 조작했다고 해서 거금을 횡령하는 등 중범죄를 지었다는 말은 아닙니다. 상당히 사소한 것이었죠. 이런 식입니다. 한 고객이 와서 양도성 예금 증서 한 구좌를 사고 1만 달러를 예치합니다. 그러면 직원들은 이를 계좌 하나로 처리하지 않고 1천 달러씩 열 개로 나누어 고객 열 명을 유치한 것처럼 장부를 조작하는 겁니다. 고객의 돈을 훔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손을 대는 거죠. 할당량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또 다른 방법은 슬쩍 다른 상품 계약서를 끼워넣는 겁니다. 이번에는 어떤 고객이 주택 담보 대출을 받으러 왔다고 합시다. 그러면 서명해야 할 관련 서류를 들이밀 때 슬쩍 신용대출 계약서를 끼워넣는 겁니다. 고객에게 따로 고지하지 않고 그렇게 몰래 끼워팔기를 하는 거죠. 머지 않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신용대출을 받으면 당장 그 고객의 신용 점수가 떨어지니 고객이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하다 보면 불법 끼워팔기의 전모가 드러나게 될 테니까요. 애슐리는 실제로 이런 일 때문에 황당한 일을 겪은 고객을 응대한 적이 있다고 말합니다.

 

“나이가 꽤 지긋한 어르신이었어요. 지팡이를 짚고 은행에 찾아오셨죠. 예금 잔고가 바닥나 마이너스 상태가 됐다고 하더라고요. 그 어르신은 계속 그럴 리가 없는데, 신문 한 부 사려다 이렇게 됐을 뿐이라며 당최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고만 하셨죠. 저는 그 고객의 계좌 상태를 열어보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요. 이 분은 사회복지 수당으로 한 달에 1,100달러 정도를 받으며 사시는 분인데 해당 계좌에서 200달러나 돈이 더 빠져나가 있었어요. 문제는 이 분 이름으로 계좌가 여섯 개나 열려 있었다는 사실이었죠. 그 어르신은 그런 것도 전혀 모르고 그저 전에 은행에 갔을 때 젊은 직원이 상냥하게 이것도 하시면 좋고 저것도 하시는 게 좋다고 해서 그대로 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말 참담한 기분이 들더군요.”

 

애슐리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모든 수수료를 다 제해고 자기 계좌에서 자기 돈을 꺼내 고객의 계좌에 입금했습니다. 마이너스 상태를 그렇게 되돌려놓아야만 죄책감과 찝찝함이 조금이나마 가실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애슐리는 이 문제를 상부에 보고했습니다. 제대로 설명하지도 않고 고객의 동의 없이 여러 계좌를 연 직원을 조사해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상사는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았습니다. 본사 윤리위원회에도 건의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습니다.

 

관건은 과연 이 문제가 정말 일개 말단 직원의 실수나 꼼수에 불과한 건지, 아니면 모든 경영진이 알고도 쉬쉬했던 조직적인 문제인 건지입니다. 웰스파고 경영진은 투자자들에게 탄탄한 성장세를 자랑스레 홍보하며 은행의 슬로건여덟 개면 성공을 강조하고 다녔을 겁니다.

 

꼬리가 길면 잡히기 마련이라고 일부 고객들이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새 개설된 계좌와 관련해 불평을 제기하고 소송을 거는 고객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웰스파고는 직원의 실수 혹은 행적적인 실수였다며 즉시 문제가 된 계좌를 폐쇄하고 사과했습니다.

 

이 문제가 일개 말단 직원의 실수가 아니라 훨씬 더 조직적인 차원에서 진행되는 경영 전략에서 비롯될 수밖에 없는 부작용이라는 사실을 처음 지적한 건 <LA타임스>입니다. <LA타임스> 2013년 기사에서 애슐리처럼 엄청난 압박을 받으며 영업사원으로 일하는 웰스파고 젊은 직원들의 힘겨운 감정노동을 기사화했습니다.

 

기사가 발단이 되어 소비자 보호원과 LA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지난달 소비자보호원은 웰스파고에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2백만 개에 달하는 유령 계좌가 개설됐고, 지금껏 5천 명 가까운 직원이 이 문제와 관련해 해고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1 85백만 달러 과징금은 엄청난 액수지만, 웰스파고 입장에서는 그렇게 큰 돈이 아닌 것 또한 사실입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과연 이런 조직적인 비위를 누가 어디까지 알고 있었냐, 혹은 누가 지시했냐는지 밝혀내는 것입니다. NPR은 웰스파고에 애슐리와 에릭의 사례를 문의했습니다. 취재 내용을 밝히고 논평을 부탁하자 웰스파고 대변인은 판에 박힌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오스카 시러스(Oscar Cirrus, 웰스파고 대변인): 웰스파고 임직원 대부분이 고객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일부 직원이 저지른 잘못도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귀사가 취재한 내용이 정말 웰스파고에서 일어난 일로 밝혀진다면, 이는 우리 은행의 가치와 전혀 맞지 않는 심각한 문제라는 점을 절 알고 있습니다. 웰스파고 이사회는 지난주 은행 영업, 상품 판매 등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철저한 내부 조사를 벌이기로 의결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애슐리와 에릭은 모두 스캔들이 불거지고 대중에 알려지기 전에 웰스파고를 떠났습니다. 에릭은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시점에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위장병이 생겼고, 눈에 계속 경련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도저히 더는 못 하겠다, 이 생각밖에 안 남았던 상황이었어요. (그만두는 것 말고는) 달리 선택지가 없었죠.”

 

애슐리는 계란으로 바위를 쳐댔습니다. 할당량을 채울 수 없다며 버텼죠. 대신 윤리위원회에 상황을 설명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건의했습니다. 돌아온 건 해고 통지서였습니다. 애슐리는 다른 은행에서 일자리를 찾았는데, 이상하게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로 초기에 직원 선발 과정에서 탈락하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웰스파고 매니저들이 경고했던 대로 정말 어딘가에 자신에 대해 안 좋은 기록을 써놓기라도 한 걸까 의심하던 애슐리는 웰스파고가 정말로 자신의 경력에 커다란 족쇄를 채웠다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NPR U5 문서라는 금융업계가 공유하는 일종의 인사기록을 취재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그 문서에 웰스파고는 애슐리를 이렇게 평가해 놓았습니다.

 

“주어진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함

 

애슐리가 지원하는 어느 일자리든 고용주인 다른 은행은 이 기록을 확인할 겁니다. 애슐리가 번번히 고배를 마신 것도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웰스파고가 상술하지 않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주어진 업무라는 것이 결국 비현실적이고 과도한 업무 할당이자, 최근 불거진 스캔들의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애슐리는 자신에 대한 평가를 접한 뒤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짙은 먹구름이 저를 감싸고 있고 여전히 쫓아오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든 먹구름에서 벗어나서 햇살 비추는 밝은 곳으로 가려는데 도저히 떨쳐낼 수 없는 그런 절망적인 상황인 것 같아요.”

 

웰스파고에 대한 진상조사에서 과연 애슐리를 비롯한 수많은 젊은이들을 감싸고 있는 먹구름과 부당한 족쇄의 실체가 밝혀질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입니다. (NPR Planet M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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